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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이야기 展

푸른 계열의 색상은 나에게 영감을 주는 편안한 색이다. 밝고 맑은 에너지가 있는가 하면 적당한 깊이감도 있다. 푸른색을 이용한 작업을 고민하다가 ‘물’ 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그림에서 물을 표현하는 색은 다양하며 나는 내가 생각하는 물에 대한 색감과 느낌을 그리려고 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물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낭만적인 주제로 자리 잡았다. 물은 순수한 것으로 나는 그런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물이 표면에서 움직이는 모양이나 현상인 물결을 그리고자 한다. 잔물결 또는 금물결과 같이 바람이 불 때 생기는 모습이나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같은 의미로 ‘물비늘’ 이라고 한다. 물의 움직임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물의 표면과 물 속의 모습을 비교하며 작품을 해석하려고 한다. 작업을 하면서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 사람의 인생처럼 느껴졌다. 매순간 변하는 물결의 모습을 삶에 반영하게 된다. 


 물은 속이 보이고, 그 속은 투명하며 고요하지만 알 수 없다.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비치며 물비늘을 만들어내고 그 속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따뜻한 빛을 받는 아름다운 무늬 같다 가도, 그 표면은 쉴 새 없이 구겨지고 휘어지는 차가운 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깊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한결같이 흐르지 않지만 물이라는 존재는 변함이 없다. 바다에 이는 물결이 요동치는 순간도 있지만 어느새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조용해진다. 


 그런 물의 모습을 관찰해보면 사람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느끼게 된다. 물의 속이 투명하여 비추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마치 사람의 마음과 비슷하다. 사람도 속내를 감추고 살아 가면서 그 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물은 외적인 영향으로 움직이며 물결을 만들어낸다. 사람 또한 주위의 영향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의 온도가 변하듯이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다르고 변하지만 그 사람의 존재는 변함이 없다. 자신의 존재 자체는 변함이 없듯이 인생은 물처럼 흘러갈 뿐이다. 

물의 움직임은 다양하다. 빠르게 흐르거나, 잔잔하게 흐르거나, 파도가 치기도 하고 여러가지 움직임을 보인다. 일렁이는 시간을 살아가는 인생은 물이 흐르는 모습 같다. 그래서 물이라는 존재에 삶이 비추어 보인다. 이런 의미들을 담아보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물결은 잘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나 또한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유유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나의 마음과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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